나는 오랫동안 열등감에 시달렸다. 믿음이 생기면서 또 심리학적인 도움을 받으면서 많이 좋아지긴 했으나 깊은 열등감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그런데 불과 얼마 전에 그 열등감의 뿌리를 뽑았다고 할 정도로 열등감이 해결되었다. 외적으로 어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오랫동안 조금씩 해결된 결과다. 너무 늦은 감은 있지만, 그래도 내 인생을 잘 마무리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지금도 열등감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의 경험을 간단하게 나누고자 한다.
대개 열등감은 외모, 경제력, 학력 능력 등에 관한 것이다. 나의 열등감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는 우리 집이 가난했던 것, 청소년 때는 키가 작은 것과 외모에 대한 것, 대학생 때에 좋은 대학을 입학하지 못한 것, 어른이 되어서는 일을 잘하지 못하는 것이나 돈을 잘 벌지 못하는 것 등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다.
내게 가장 오래 남아서 나를 괴롭힌 열등감은 능력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늘 별로 잘하는 것이 없다고 느꼈다. “나는 잘하는 게 없어!,” “나는 능력이 없어!”라고 오랫동안 믿었다. 뒤늦은 나이에 미국으로 유학 가서 한, 두 과목을 빼고 거의 모든 과목에서 최고의 학점을 받았지만, 능력에 대한 열등감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내 친구들을 보면 공부를 잘하지는 못했어도 소위 일머리가 있어서 성공적으로 사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나는 이것도 저것도 없다고 믿었다.
이런 열등감은 자신을 비하하고 비참하게 만든다. 이것은 열등감(inferiority)이 아니라 열등감 콤플렉스(inferiority complex)다. 열등감은 자신감 없는 상태를 말하는데, 누구나 있는 것이고, 정상적인 감정이다. 열등감은 보상행동을 통해 우월감을 추구하는 원동력이 된다. 키가 작은 사람은 열심히 운동해서(직접적인 보상) 근육질의 사람이 되어 남들이 만만하게 보지 못하게 한다. 또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간접적인 보상) 명문대학에 들어가거나 이후 부자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 떵떵거리며 살게 된다. 열등감이 적절한 보상이 되면 자신감을 얻게 된다. 하지만 보상이 결핍되면 열등감이 심해지고 (열등감 콤플렉스), 과잉 보상이 되면 지나친 우월감에 빠지게 된다 (우월감 콤플렉스).
열등감 콤플렉스는 마치 강력한 자기장을 형성하여 모든 물건을 끌어당기는 자석처럼 개인의 모든 에너지와 관심을 끌어당기는 강력한 힘이 된다. 개인은 열등감을 극복하려고 용을 쓰지만, 결국 열등감에 깊이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우월감 콤플렉스에 빠져 인생을 불행하게 사는 경우도 흔하다. 소위 자기 과시가 심하거나 교만한 사람들이 우월감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사회적으로 적이 많다.
나의 열등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은 자기수용이다. 자기수용은 현실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나의 강점과 약점을 꾸미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를테면, “나는 글을 잘 쓰는 편이나 말은 잘하지 못하는 편이다.” 둘째, 내적인 자기 이상을 발견해서 버리는 것이다. 깊은 열등감은 외적인 조건이나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적 이상과 현실 사이에 괴리감이 클 때 생기는 것이다. 그것은 인생 초기에 형성되어 무의식 속에 남아 있으면서 현실의 나를 불만족스럽게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든다. 허상에 불과한 내적 자기 이상을 버리면, 현실의 자신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 결과, 깊은 열등감은 사라진다.
열등감을 벗어나는 또 다른 길은 다른 사람이나 사회에 진심 어린 관심을 두는 것이다. 열등감이 심할수록 자신에게 함몰되어 있고 다른 사람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비난하거나 무시할 것에 대한 방어적인 태도를 지닌다. 그런 내 마음을 알고 마음을 열고 보니 다른 사람이 편하게 느껴지면서 그동안 왜 그렇게 살았나 싶다. 아들러는 개인이 다른 사람이나 사회에 얼마나 관심이 있느냐가 곧 열등감을 벗어난 지표라고 했다. 이제야 그의 말에 동의가 된다. 그리고 교회 공동체 의식과 다른 지체들과의 교제를 강조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고 “아멘”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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