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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극복하기

유충선

살다 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경험한다. 임상적으로 트라우마라 할 때는 사건자체가 아니라 반응을 말하는 것이다. 어떤 사건으로 인해 경험을 처리하고 다루는 자원(resource)이 붕괴되어서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트라우마이다. 왕따, 강간, 지진 등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트라우마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일을 당해도 어느 정도의 애도 기간이 지나면 일상생활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불행하게도 회복되지 않는다. 그 차이는 대개 어릴 적의 부모와의 애착 경험에서 온다. 안정 애착이 형성된 사람들은 대체로 잘 회복이 되나, 불안정 애착을 경함한 사람들, 특히 혼란형들에게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즉 트라우마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트라우마가 생기면 자아정체성이 무너지고, 세상에 대한 기본적 신뢰감과 안정감도 무너진다. 만일 한 개인을 그릇에 비유한다면, 트라우마적인 반응은 그릇이 깨진 상태다. 그래서 아주 사소한 자극에도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고, 극도의 공포나 분노를 느끼게 된다. 자신과 주변 사람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달라 보인다. 더 이상 나는 내가 아니고 세상은 전에 있던 세상이 아니다.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따뜻한 분위기에서 트라우마적 경험에서 생긴 생각과 감정을 매우 조심스럽고 제한적으로 표현하게 해야 한다. 상담이나 대화 중 상처받은 감정이 강렬하게 올라오고 불안이 커지면, 상담이나 대화를 잠시 멈추고 복식호흡을 하게 하거나 일어나서 걷게 하여 진정을 시키고 평상심으로 돌아오게 하여야 한다. 또한 정서조절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그 감정 표현의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 이런 안전장치 없이 트라우마적 상처를 기억하게 하는 것은 매우 워험한 일이다. 또 치료를 위해서 중요한 것은 내담자에게 심리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심리교육은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심리적으로 혹은 생물심리학적으로 이해시키는 것을 말한다.

어떤 분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고개가 좌우로 휙휙 돌아가고 목에서 딱딱거리는 소리가 나서 굉장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그런 증상은 처음이고 이해도 안되고 아무리 애를 써도 멈출수가 없었다. 대학병원에 갔더니 신경과에서는 정신과로, 정신과에서는 신경과로 가라고 했다. 병원에서 처방한 약을 먹어도 조금도 호전되지 않았다. 점점 더 괴롭고 공포가 커져서 이렇게 사는니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 없이 했다. 그분은 4년 전에 회사에서 모함을 당해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었다. 그 후 어느 날, 출금하려고 집을 나서는데 갑자기 몸을 움직일 수 가 없었다. 수개월 동안 병원에 다니면서 회복이 되었으나 4년 뒤에 현재의 증상들이 다시 생긴 것이다. 재발의 원인은 트라우마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명의 위험을 느끼는 상황에서 우리 몸은 '투쟁-도피 반을(fight-flight response)'을 보인다. 이때 신경은 교감신경이 작동하고 과각성 상태(hyperarousal)가 된다.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대상과 싸우거나 도망칠 수 있도록 몸이 준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려움이 너무 커서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는 신경은 저각성(hypoarousal)상태가 되고, 마치 마비가 된 것 처럼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태를 셧다운(shut down)되었다고 말한다. 이 모든 현상은 매우 위한한 상황에서 우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몸의 반응인 것이다.

내담자에게 그럼 몸의 반응을 설명하고, 너무 고통스러운 증상이지만 신경계가 하는 일은 언제나 옳고 그것을 존중하고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해줬다. 내담자는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워 했으나 상담자의 말을 받아들임으로서 변화되기 시작되었다. 심리교육이 치료의 중요한 요인이 되었던 것이다. 그 이후EMDR기법(안구운동 둔감화 재처리법), 상상요법, '현자-여기서'사는 법, 놀이, 긴장이완훈련 등이 사용되었고 좋은 결과로 종결되었다. 트라우마 치료를 통해 하나님이 우리 몸을 심히 기묘하게 지으셨음(시139;14)과 평소 심리교육을 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감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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