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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엄마처럼 살고싶어요.

“나도 엄마처럼 살고 싶어요.”라고 딸이 말했다면, 이는 동일시를 표현한 것이다. 동일시(identification)란 부모와 같이 영향력 있는 인물의 행동과 태도를 닮아 가는 것을 말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투나 몸짓 하나까지 그대로 따라 하는데, 그것이 동일시다. 동일시는 자기와 다른 사람 사이의 분리가 일어난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특성들을 선택적으로 내재화하는 것이다. 즉 아동이 부모의 모든 행동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지닌 좋은 속성을 선택적으로 내면화시키는 것이다.

인생 초기에 특히 오이디푸스 시기에 동일시가 많이 일어난다. 이 시기의 남아는 엄마와 더 친하고 엄마를 더 소유하고 싶은 소망을 갖게 되면서 정서적으로 아빠에게 경쟁심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아빠보다 너무 작고 왜소한 아이는 아빠와 경쟁하고 이길 수 없음을 느끼고 아빠를 위협적으로 인식한다. 이때 아빠와의 갈등과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아이는 아빠와 동일시하게 된다. 동일시한 결과, 이제 아빠와 엄마가 서로 사랑하는 것은 자신과 엄마가 사랑하는 것이 된다. 이런 동일시는 아이의 성 정체감을 형성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여아도 마찬가지다. 여아가 아빠에게 더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게 되고, 엄마를 경쟁적으로 느끼면서 갈등하다가 결국 엄마와 동일시함으로써 그 갈등을 해결하게 된다.

불행하게도, 자녀는 부모의 좋은 부분만을 내면화하는 것은 아니다. 나쁜 점도 동일시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오이디푸스기에 공격자와의 동일시이다. 권위주의적이거나 폭력적인 아빠를 동일시한 아이는 이후 성장해서 비슷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잔소리나 통제가 심한 엄마를 동일시한 딸 역시 성장한 후 엄마와 비슷한 행동을 부하 직원이나 자녀에게 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도 공포를 주는 대상처럼 강하고 힘센 존재가 되었다고 여기게 된다.

누구나 격한 분노를 경험할 때나 외상적 사건(traumatic experience)을 당할 때도 공격자와의 동일시가 일어나기 쉽다. 이런 경우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기에 십상이다. 예를 들어보자. 왕따를 당한 학생이 이후 왕따를 시키는 가해자가 된다든지, 술을 마시고 자신을 학대했던 아버지를 싫어해서 “나는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으며 구타를 하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던 아들이 성장하여 결혼하고 자녀를 낳으면, 아버지처럼 술을 마시고 자녀를 심하게 때리는 부모가 된다든지, 어떤 여성이 자신의 어머니처럼 자녀에게 잔소리하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을 했지만, 어느 날 딸에게 어머니처럼 잔소리를 많이 하는 엄마가 된다든지, 시어머니의 시집살이에 너무 힘들었던 며느리가 자신이 시어머니가 되면, 절대로 저런 시어머니는 되지 말아지라고 다짐했지만, 막상 시어머니가 되면 자신이 당했던 것 이상으로 시집살이를 시키는 것 등이다. 공격자와의 동일시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본인은 인식하기 어렵다.

역동일시(counter identification)도 있다. 이것은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과 정반대의 사람이 되는 것을 말한다. 역동일시 역시 흔한 일이다. 부모가 자신을 학대할 때, 자신은 부모와 정반대의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하고, 자녀를 자상하게 키운다. 역동일시의 문제는 너무 확고하고 타협이 어렵다는 점이다. 어머니가 지나치게 희생적이고 늘 가슴앓이를 하며 사는 것을 보며 자란 딸은 역동일시에 의해서 지나치게 이기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또 역동일시 되었던 사람의 좋은 점을 닮지 못하게 한다. 이를테면, 인색한 아버지가 너무 싫어서 아버지의 성실하고 저축하는 좋은 점을 닮지 못하고, 돈을 헤프게 쓰고 낭비하는 자녀가 되는 것이다. 어느 중년 여성이 정리정돈을 잘하지 못했다. 이유를 찾아보니 몹시 깔끔하고 정리정돈을 잘했으나 차갑고 냉정했던 엄마를 역동일시 했기 때문이었다.

동일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력하다. 아동기에 학대를 당했던 사람은 친구가 아무리 따뜻하게 대해도 결국 자신을 학대하거나 무시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친구의 진심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거절하는 부모를 동일시한 사람은 자신에게 아무리 호의적인 사람도 언젠가 자신을 버릴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친밀한 관계를 하지 못한다. 동일시한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을 지각하는 양상이 달라진다. 이렇게 동일시한 사람, 공격자의 동일시한 사람, 그리고 역동일시 한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아는 것은 그 사람을 이해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누군가를 계속 동일시하며 살아간다. 우리가 누군가를 존경하게 되면 동일시가 일어난다. 누구를 동일시하며 사느냐가 우리의 인생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성경에서 사도바울은 자신이 여러 면에서 믿는 사람의 모범이 되었다고 말한다(행전 20:35). 그리고 자신을 본받으라고 권한다. “형제들아 너희는 함께 나를 본받으라 그리고 너희가 우리를 본받은 것처럼 그와 같이 행하는 자들을 눈여겨보라”(빌3:17). 이 말씀에서 사도바울은 그리스도인이 자신을 동일시하며 살기를 권하고 있다. 성경 속의 인물뿐만 아니라, 교회 공동체 안에 신앙과 인격이 훌륭한 분들이 많이 있다. 그들을 동일시하며 사는 것은 우리가 보다 더 영적으로 성장하고 인격적으로 자라가는 지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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